자동화의 문법이 뒤집힌다 — ‘이렇게 해라’에서 ‘이것만은 하지 마라’로
"AI의 Zapier"가 8개월 만에 사라진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좋은 신호다.
지난해 11월, OpenAI DevDay. AgentKit이 공개됐다. "드래그앤드롭으로 AI 에이전트를 조립한다"는 그 비주얼 빌더를 언론은 단박에 'AI의 Zapier'라고 불렀다. Gmail, Dropbox, Slack을 이어붙이면 AI가 알아서 일한다는 구도 — 마케터 커뮤니티에선 "이제 스크립트 안 짜도 되겠다"는 분위기가 돌았다.
그리고 여덟 달 뒤. 지난 6월 3일, OpenAI는 그 캔버스(Agent Builder)와 평가 플랫폼(Evals)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10월 31일에 Evals가 읽기 전용이 되고, 11월 30일에 둘 다 플랫폼에서 내려간다.
이 사건 자체가 지금 일어나는 전환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자동화의 미래는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레이어에 베팅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글은 그 관점에서 지난 1년의 변화를 다시 읽어보려는 글이다.
스크립트에서 에이전트로, 자동화의 네 번째 물결
PPC 자동화의 역사를 따라온 사람에게는 친숙한 곡선이다. 수동 최적화 → 자동 규칙 → 스크립트 → 자동화 레이어링. 매번 물결이 바뀔 때마다 필요한 스킬셋도 바뀌었다. 최초의 AdWords Editor를 만든 데 참여했고, 초기 Google Ads 스크립트를 만들었던 Optmyzr의 Frederick Vallaeys는 원본 기사에서 이렇게 진단한다. 이번에는 추진력이 애드 플랫폼이 아니라 AI 회사에서 나오고 있다고.
그동안 AI는 주로 "사람의 언어 작업"을 도왔다. 카피 쓰기, 요약, 리포트 생성. 그런데 최신 LLM은 점점 "컴퓨터의 언어"도 만들어낸다. 즉 우리가 하는 일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와 워크플로우를 직접 짜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래된 자동화 마인드셋이 캠페인 바깥 — 보고, 문서화, 크리에이티브 준비 같은 전체 워크플로우로 확장될 수 있게 됐다.
에이전트는 '추천'이 아니라 '실행'이다
에이전트가 기존 AI와 다른 지점은 단 하나다. 텍스트로 답하는 대신, 실제 행동을 한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는 결정적이다. If X, do Y. else do Z. 예측 가능하지만, 인간이 모든 시나리오를 미리 정의해야 해서 만들기 어렵고 느리다.
LLM은 그 질문에 대해 유연하게 답하는 것처럼, 다음 행동도 유연하게 추론한다. 식당 추천을 묻는 ChatGPT가 Resy로 예약까지 걸어버리는 것. 그게 에이전트다. GPT Actions와 function calling이 "통제된 접근"을 줬다면, 에이전트는 이유추론과 실행을 같은 흐름에 결합한 다음 단계다.
PPC 용어로 옮기면 이렇다. 에이전트는 캠페인 데이터를 끌어오고, 결과를 요약하고, 브랜드 문서와 정책 문서를 참조해 컴플라이언스에 맞는 크리에이티브까지 생성할 수 있다. "AI 라이팅 어시스턴트"와는 레벨이 다르다.
AgentKit, 'AI의 Zapier' 그리고 MCP라는 배관
AgentKit은 이 에이전트를 코드 없이 만드는 비주얼 빌더다. Zapier, n8n, Make를 써봤다면 익숙한 화면. 다만 핵심에는 유연한 AI 모델이 있어서, "If X happens, do Y" 대신 "클라이언트가 리포트를 보내면 요약해서 맞는 폴더에 저장해"라고 말하면 AI가 "맞는 폴더"가 뭔지 스스로 이해한다. 무섭다면 어떤 플로우든 human-in-the-loop 승인 단계 하나 끼워넣으면 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다른 곳에 있다. 원문의 비유가 정확하다. MCP가 배관이면, AgentKit은 수도꼭지다.
MCP(Model Context Protocol)는 에이전트가 도구·데이터와 구조적으로 대화하게 해주는 커넥터 표준이다. API가 웹의 커넥터라면, MCP는 "어떤 LLM이든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그 표준이다. OpenAI가 만든 Dropbox·Gmail 커넥터도 있고, Box 같은 서드파티 것도 있고, 직접 만들어 내부 시스템에 붙일 수도 있다.
배관이 없으면 에이전트는 로그인 권한이 하나도 없는 유능한 인턴일 뿐이다. 배관이 있으면, 명확한 권한 아래 데이터와 도구를 안전하게 쓴다.
구글 애즈 MCP는 아직 '읽기 전용'이다 — 그게 포인트다
MCP는 LLM에게 시스템 전체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MCP 개발자가 정의한 능력 메뉴를 주는 것이다. 예컨대 구글 애즈 MCP의 현재 메뉴는 이 정도다.
- 엔티티 검색 (Search for entities)
- 연결된 고객 목록 (List connected customers)
읽기만 되고, 입찰 변경도 광고 생성도 안 된다. 이 제한이 오히려 좋은 그림이다. MCP는 통제된, 잘 정의된 인터페이스로 미래의 AI×애즈 상호작용을 미리 보여준다.
실용 예시도 원문에 있다. Dropbox에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두고, 벡터 스토어에 톤·정책 문서를 넣은 '브랜드 세이프 광고 어시스턴트'. "가을 캠페인 RSA 헤드라인을 우리 스타일과 디스클레이머로 써줘"라고 하면 파일을 읽고 규칙을 뽑아내 컴플라이언트 카피를 만든다. 최종 승인은 사람 몫이지만, 준비 작업은 자동화된다. 메일 MCP를 붙이면 에이전트가 클라이언트에게 승인 요청을 직접 보내기까지 한다.
그런데 왜 8개월 만에 접었을까
자, 다시 앞의 사실로 돌아오자. 출시가 2025년 10월, 폐지 발표가 2026년 6월. 8개월 만이다. OpenAI가 제시한 이주 경로를 보면 의도가 읽힌다. 비주얼 캔버스 대신 코드 우선의 Agents SDK나 자연어 기반의 Workspace Agents로 옮기라는 것. Evals는 오픈소스 평가 도구인 Promptfoo 쪽으로. 즉 "캔버스"라는 표면을 하나 줄이고 개발자를 코드 중심으로 모으겠다는 것.
내가 보기엔 여기서 두 가지가 정리된다.
첫째, 호스티드 비주얼 빌더는 언제든 접힐 수 있는 '독점 표면'이다. 캔버스의 파일 포맷, 노드 시맨틱, 호스팅 — 전부 벤더 소유다. 벤더가 마음 바꾸면 그 위에서 표현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어딘가로 다시 옮겨 써야 한다. 그 비용은 피할 수 없다.
둘째, MCP는 건드리지 않았다 — 왜냐하면 MCP는 '제품'이 아니라 '표준'이기 때문이다. 폐지 공지에서 Connector Registry와 MCP 서버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배관은 수도꼭지가 교체돼도 그대로다. MCP 위에 만든 툴 통합은 Agents SDK로도, LangGraph로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어떤 런타임으로도 그대로 이식된다. 표준은 그 위에 지어진 제품보다 오래 산다.
그래서 지금 뭘 하면 되나
요약하면 이런 그림이다.
| 시점 | 일 |
|---|---|
| 2025-10-06 | AgentKit 공개 (Agent Builder · ChatKit · Connector Registry · Evals) |
| 2025-11-19 | Vallaeys의 "스크립트→에이전트" 기사 — PPC 워크플로우 확장 전망 |
| 2026-06-03 | Agent Builder + Evals 폐지 발표 |
| 2026-10-31 | Evals 읽기 전용 전환 (데이터셋 내보내기 데드라인) |
| 2026-11-30 | Agent Builder · Evals 플랫폼에서 완전 제거 |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 이벤트가 말하는 건 "AI 에이전트가 죽었다"가 아니라 "에이전트를 사고파는 위치가 바뀌었다"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오히려 개인·소규모 팀에게 유리하다. 진입 장벽이 낮은 캔버스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온 것은 오픈소스 SDK와 오픈 표준 MCP다. 어느 벤더의 캔버스에 묶이지 않으면서 배관을 직접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실전 조언을 하자면, 작게 시작하라. 내 이메일, 파일, 리포트 데이터를 MCP로 연결하는 단순 자동화부터 해보는 것. 지금 에이전트가 뭘 할 수 있고 뭘 못 하는지 직접 부딪혀 보는 것. 과거 스크립트를 일찍 받아들인 마케터가 표준을 만들었듯, 이걸 지금 배우는 사람이 다음 표준을 만든다.
전환의 핵심은 결국 이 한 줄이다. "AI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AI가 일을 하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것. 그리고 그 전환은 어떤 비주얼 캔버스 하나에 묶이지 않는다. 배관을 내 손에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수도꼭지가 바뀌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신이 지금 자동화를 설계하고 있다면, 한 번만 되새겨보면 좋겠다. 이번 주에 내가 조립하는 건 교체 가능한 수도꼭지인가, 아니면 다음 벤더 결정에도 남는 배관인가. 후자로 답이 나오는 순간, 8개월 만에 접히는 도구를 봐도 무섭지 않다.